소수 상류층만을 위한 외고 존치안, 즉각 폐지하라!
정부가 오늘 외고 체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외고는 사교육 확대와 공교육 파행의 진원지로 지적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왔고,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외고 폐지 주장을 거듭해왔다.
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오늘 정부가 발표한 안을 보면, 과연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정부안은 외고를 존치시키되 학교 규모를 학급당 25명 수준으로 조정하도록 하였고, 아니면 국제고나 자율형사립고 등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였다. 시험문제 사전 유출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선발 방식은 전원 입학사정관제로 하겠다고 한다.
외고를 존치시키고 학교 규모만 줄인다면, 학교 운영을 위해 납입금을 올릴 수밖에 없고, 등록금을 일반고의 거의 다섯배까지 올려야 한다. 서울의 경우 700만원에 이르게 되어 대학 등록금 수준의 비싼 귀족학교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중학교 교육과정에 반영되어있지도 않고, 개념도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자기 주도 학습 전형’을 도입하여 전원 입학사정관제도로 선발하겠다고 한다. 이는 대학에서조차 검증되지 않은 제도로, 현재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현장에서는 입학사정관을 대비한 사교육이 오히려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주관적, 정성적 평가가 전형의 핵심인 입학사정관제로 전원 선발하겠다는 것은, 사교육 확대와 더불어 기여입학제 등 비리를 정당화할 수 있고, 중학교까지 서열화 체계에 편입시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이미 외고 문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것 까지는 검토한 바 있다. 지금 발표한 안은 그때보다 더욱 후퇴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것은 소수 상류층의 특권적 교육을 위한 특별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일반 학생들이 더욱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외고의 존치, 귀족학교화로 일반고교는 이류, 삼류로 낙인찍히며 교육과정은 점점 황폐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국민의 보편적 교육권과 교육 기회의 균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정부가 앞장서서 침해하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외고 문제와 관련된 법안들이 제출되어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안, 민주당 김영진 의원안이 제출되어 있고, 김진표 의원도 법안을 곧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공교육의 강화를 위한 법안이라면 어떠한 법안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 전제는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수 계층의 특별 교육이 국민의 보편적 교육권을 침해할 때, 민주당은 평범한 보통 국민들의 보편적 교육권을 수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고, 그 준비가 되어있다.
민주당 교육위원들은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와 동떨어진 외고 존치안을 즉각 철회하고, 사교육 축소로 국민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공교육 과정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9년 12월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일동
(이종걸 위원장, 김영진, 김진표, 김춘진, 안민석, 최재성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