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당 중앙위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문재인입니다.
우리 당 혁신위가 1차부터 3차까지 내놓은 고강도의 당 혁신안의 운명이 7월 13일의 당무위원회와 7월 20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됩니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당이 혁신을 실천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논의로 끝날 것인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혁신위가 내놓은 당 혁신안은 당대표부터 당원에 이르기까지 구성원 모두에게 기득권 내려놓기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우선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내년 총선의 성적과 관계없이 임기가 상당기간 단축됩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단체장들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지역위원장들은 더 이상 지역대의원의 선출을 마음대로 하거나 독점적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정무직 당직자들도 기득권을 잃게 됐습니다. 당원들도 권리당원 기준이 강화되고 신규당원 교육·연수가 의무화됩니다.
현행 최고위원제를 폐지하고 지도부 구성 방식을 개편하며,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5본부장제를 도입하는 등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길에 대한 두려움도 큽니다. 그러나 우리 당은 그 혁신안들을 받아들여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편한 길이 아니지만 국민과 함께 승리의 길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당의 역사는 늘 혁신을 추구하는 도전의 역사였습니다. 제왕적 총재 제도를 버리고 당정분리 등을 통해 당내 민주화를 선도해 온 것이 바로 우리 당이었습니다. 원내 총무제를 폐지하고 원내대표 제도를 도입해 원내 민주화를 선도한 것도 우리 당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지방자치를 도입하고 교육자치를 이끌어 온 것 또한 우리 당입니다.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해, 진정한 국민참여정치를 확대한 것도 우리 당입니다.
이 모든 도전이 당시에는 두렵고 막막하고 감당하기 벅차 보이는 담대한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그 도전들이 우리 당을 발전시키고,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렇듯 고통 없고 두려움 없는 혁신은 혁신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편한 길은 혁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불편하고 국민들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이 신뢰하는 혁신입니다. 우리가 익숙한 것들을 국민들은 싫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당의 위기이고 한국 정치의 위기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낡은 것이라고 국민들이 싫어한다면, 우리는 익숙한 것들과 과감히 결별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우리 당의 혁신과 당내민주화를 시늉으로 따라오는 듯 하더니 결국은 제왕적 총재 시절로 회귀했습니다. 수 십 년 세월을 거꾸로 돌아가 여왕이 당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여왕 한 사람이 개개인 독립된 헌법기관을 권력 운용의 머슴처럼 부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혁신은 민주적 DNA이며, 혁신은 국민을 위한 헌신이며, 혁신은 보다 나은 정치를 위한 우리의 진심임을 당당히 보여줘야 합니다.
혁신을 냉소해서는 안 됩니다. 섣부른 비관도 금물입니다. 고통스럽고 두려워도 한 번 해보자는 의지와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혁신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의 혁신은 계속될 것입니다. 혁신위가 추가로 마련할 혁신안들은 9월의 중앙위원회에 상정될 것입니다.
혁신은 완결이 없습니다.
부단히 계속되는 것입니다.
우리 당의 혁신을 성원해주십시오.
2015. 7. 12.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