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대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제1차 회의 모두발언
□ 일시 : 2023년 5월 4일(목) 오전 10시 30분
□ 장소 :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
■ 이재명 당대표
곧 일본 총리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매우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를 주도했던 다자주의와 국제 협력의 기반이 붕괴되면서 소위 ‘지정학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 또한 근본적인 재편이 추진 중입니다. 복잡한 갈등 요소들이 곳곳에서 분출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동북아를 1차 세계대전 전의 유럽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어느 때보다 기민하고 유연한 외교 안보 전략이 필요합니다. 국익을 지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하게 다져나갈 시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는 뻔한 정답을 놔두고 일부러 오답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외교 안보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한반도를 진영 대결의 한복판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무한하게 퍼주고 미국에는 알아서 접어주는,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소위 말하는 ‘호갱 외교’를 자처했습니다. 공연하게 안 해도 될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서 한반도에 안보 위협을 증대시켰습니다. 30년 동안 우리 경제와 안보의 핵심 파트너였던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사실상 북방외교 이전으로 회귀 중입니다. 그 결과 우리의 외교 안보는 탈냉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노골화하고, 최대 흑자국이었던 중국은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됐습니다. 심지어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 최신 무기 공급까지 공언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대내외적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역시 윤석열 정권은 국익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들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취지의 면죄부를 상납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큰 불신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정부여당이 회담 전부터 호언장담했던 소위 ‘핵공유’ 문제도 결국은 소리만 요란한 빈껍데기가 됐습니다. 정상회담의 결과 우리의 핵 주권은 상실됐고, 원전 수출 길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외교 안보의 실패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국익 중심의 유능한 실용 외교에 전념한다면 전폭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의 책무가 참으로 막중합니다. 당당한 국익 외교, 유용한 실용 외교의 해법을 모색하는데 많은 역할을 당부 드립니다.
2023년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