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대표, 윤석열 정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발언 관련 긴급 기자회견문
□ 일시 : 2023년 4월 21일(금) 오후 2시
□ 장소 :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
■ 이재명 당대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지역입니다. 이를 기회로 활용할 때 우리는 흥했고 강대국 사이에 휘둘릴 때 우리는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외교는 더 정교해야 합니다. 주권국가로서 제1의 외교 원칙은 바로 국익이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국민들의 안전과 안녕, 나아가 번영을 도모해야 합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대통령과 외교 당국의 어깨에 큰 짐이 놓여 있습니다. 최근 벌어지는 외교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매우 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무기 지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에 천명했던 ‘살상 무기 제공 불가 원칙’을 아무 배경 설명도 없이 저버린 것입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 격랑을 몰아오고 있습니다. 크렘린궁은 “전쟁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러시아 최고위 인사는 북한에 대한 최신 무기 공급까지 언급했습니다. 만약 실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이 이뤄진다면 그 파장과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당장 러시아에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롯데와 같은 15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고, 현지 자산 규모도 7조 60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우리 기업들에게 사실상 폐업 선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무기 지원은 북·러의 군사적인 밀착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것입니다. 사실상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1990년 수교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무엇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자가당착이기도 합니다. ‘전쟁지역에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가 무슨 염치로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요청할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무기 지원 발언의 진위를 국민께 직접 소상히 설명 드리고 사과하실 것을 충언 드립니다. 그리고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이 중국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한 대만 해협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외교적 자충수입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한-중 관계는 이미 악화일로입니다. 최대 흑자국이었던 중국이 최대 적자국으로 돌아섰습니다. 반면 북-중 간의 협력은 더욱 확대되는 중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양국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문제를 직설적으로, 정면으로 거론하는 것은 양국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붓는 것입니다. 대만해협에서의 위기가 곧 한반도의 위기로, 대한민국 안보의 위협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칫 사드 사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피해를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입을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국익을 위해서 필수적인 중국,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훼손하면 안 됩니다.
굴욕적인 ‘일본 외교’의 복구도 여전히 난망합니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독도 인근 해역에 무려 8차례나 출몰했다고 합니다. 우리 해양조사선의 정당한 독도 수역 조사활동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조선 침탈의 시작점이었던 ‘운요호 사건’을 다시 보는 듯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대한민국이 ‘퍼주기 외교’로 국익도, 자존심도 다 짓밟히고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는 한탄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북방외교는 보수정권이 열어놓은 것입니다. 보수정권 스스로 자신들의 선배들이 닦아놓고 역대 정부가 안정적으로 발전시킨 북방외교의 기틀을 무너뜨려서야 되겠습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합니다. 외교에서야 오죽하겠습니까. 진영 대결의 장기 말을 자처하면서 나라와 국민을 벼랑으로 모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선 안 됩니다. 거듭되는 외교안보 참사를 막기 위해서 초당적 범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을 때입니다. 우리 민주당은 외교 당국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당의 총력을 기울여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국익을 위한 성숙한 외교전에 나서주시길 바라면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다음의 여섯 가지 사안들을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입니다. 미국 도청 파문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을 분명히 피력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미국 측의 의사를 확인해야 합니다. ‘IRA’와 ‘반도체지원법’을 한미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아서, 우리 기업이 더 이상 피해 보지 않도록,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결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 어떤 방식으로든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표명하고 관철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해서는 안 될 일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외교는 소리 없는 전쟁입니다. 유의해야 할 것이 많지만 다음의 사안들은 꼭 염두에 두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어떤 방식의 합의도 해서는 안 됩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불개입 원칙을 관철하고, 공동성명 논의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더 이상의 퍼주기, 국익훼손 외교를 하지 마십시오. 국격 저하, 국익 훼손,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대통령발 외교참사를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익을 위협하는 모든 말과 행위를 막아내는 방파제가 되겠습니다. 분쟁지역에 무기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관련 법의 제정,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윤석열 정권이 이제 곧 출범 1주년을 맞습니다. 축하보다는 고언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외교안보의 실책은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야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외교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국민과 나라를 위해 바른길을 걷는다면 민주당은 전폭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협조할 것입니다. 대통령과 외교 당국은 부디 5천만 국민의 생사를 짊어지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국익에 기초한 유능한 실용외교에 전념해 주십시오.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에서 신중의, 신중의, 신중을 기해주시길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2023년 4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공보국